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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물의 도시, 망원동 5

망원동이 한강만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홍제원이 있어 홍제원천이라고도 불렀던 홍제천과 북쪽으로 면한다. 홍제천과 망원동 사이는 3층 높이의 둑이 만들어졌고, 그 위로 8차선의 성산로가 지나가니 망원동은 물과 완벽히 분리된 셈이다. 홍제천은 세검정에서 시작해 탕춘대성을 지나 망원동 즈음에 이르면, 직선으로 쭉 흘러 내려가다 한강으로 내리 꽂힌다. 산에서 흐르던 물들이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한강과 마주하는 느낌이다.

 

#1 망원동과 홍제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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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홍제천 중류 모습

물길을 따라 내부순환도로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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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홍제천과 한강 합류부 – 여름날 비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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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천이 원래부터 직선으로 흐르던 것은 아니었고 1940년대 후반에 현재 모습을 갖추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홍제천의 하류는 사천이라고도 불렀는데, 사천(沙川)은 모래강, 그러니까 평상시 모래 밑으로 물이 흐르던 강이었다. 이 강을 상암동의 불광천과 함께 정리하여 한강으로 물길을 돌렸으니 사천은 건천이 되었다가 집들이 들어섰다.

 

#5 경성도. 부분. 1919년. 39X45.2cm

성산을 끼고 W자로 돌아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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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서울특별시가도. 부분. 1940년대 후반. 52.7X73.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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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972년 항공사진. 서울시(gis.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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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012년 항공사진. 다음(ma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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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면 격자형으로 형성된 필지들 사이로 곡선으로 만들어진 가로망이 보인다. 굽이쳐 흐르던 물의 흔적인데, 현재 남아있는 모습만으로도 과거 홍제천 하류의 규모를 상상할 수 있다. 사천이긴 했지만 잠잠하게 흘러나가던 물길은 아니었던 듯하다. 비가 많이 오면 이 지역 전체가 물에 잠겼다.

물길의 방향도 몇 번이나 바뀌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지도를 보면 북한문을 지나는 물길이 망원정 남쪽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고가도로를 따라 바삐 흐르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홍제천은 굽이굽이 흘러 주변 논밭에 물을 대고 망원정 곁으로 흘러나갔다. 물길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곳이니 경치가 좋았을 것이고, 물소리도 좋고, 새와 물고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홍제천이 없는데 망원정을 예전 위치에 복원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9 한양도. 부분. 1760년대. 92.4X80.8cm

북한문은 홍지문의 다른 이름이고, 홍지문은 탕춘대성과 연결되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문이다.

이 물길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망원정이 위치하였고, 맞은편으로는 선유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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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홍제천 변으로 둑을 쌓고 나니 내부는 평평한 땅이 되었다. 망원정 부근처럼 내부 이곳저곳도 울퉁불퉁했었는데 땅을 고르는 와중에 평평하게 되었다. 더욱이 홍제천을 직선화하면서 북에서 성산으로 내려오던 산줄기를 깎아 성산은 이 지역에 섬처럼 남게 되었다.

하천을 수습하고 나서 땅을 정리했다. 그동안은 홍수가 잦아 집들이 들어서지 못해 논밭으로만 이용되었던 곳이다. 이곳을 개발하려 몇 번의 계획을 세웠다가, 1966년 토지구획정리법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실제 개발이 이루어졌다. 마포와 상암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기준으로 직선의 가로들이 길쭉길쭉하게 났다.

이 과정에서 하천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던 것은 도시설계를 하는 입장에서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개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겠지만, 과거의 흔적을 이렇게라도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라도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 새서울도로 – 지번개량지구약도. 부분. 1968년. 54.6X78.8cm.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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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은 망원동에서도 한강쪽으로 위치한 곳이다. 외지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망원동에서도 분리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단절의 느낌은 넓은 도로 때문이다. 집 앞으로 지나가는 4차선 도로는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넓다. 넓은 도로이긴 하지만 양쪽 1차선은 주거지우선 주차구역으로 쓰이고 있어 실제로는 가운데 2차선만 이용된다. 여름철 주말이 아니고서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한강으로 오가는 사람이 많으니 차나 사람이나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다. 게다가 보행도와 차도 사이에 주차된 차들로 인해 이동하는 차들과 보행자간에 시선 확보가 어려워 모두들 눈치를 보며 지날 수밖에 없는 도로다.

이렇게 넓은 도로를 왜 만들었나 생각을 하다, 아마 한강을 이용하는 사람이 계속 많아질 테니 미리 넓게 만들었나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친절할 리가 없는 데다 망원동을 가로지르는 생활도로는 2차선에 불과하다. 도로가 넓은 것은 조금 전 이야기했던 연남동에서 망원동으로 이어지는 작은 하천이 흐르기 때문이다. 하천 좌우로 1차선씩 도로가 있던 것을 복개했으니 4차선 도로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1 연남동 – 양화동 일대 (마포구행정구역도의 부분. 1989년) 부분. 복개도로 표시.

1936년도에는 논밭만 있던 곳이다. 5ㆍ16 이후 제2한강교라고 불리던 양화대교가 놓이면서 급속히 발전한 이 지역은 1980년에 성산대교가 놓이고 곧이어 당산철교가 개통되면서 더욱 발전했다. 난지도를 끼고 흐르던 샛강의 수로가 현재는 완전히 막혀 난지도는 마치 난지산이 되었고, 일산으로 가는 8차선 고속화도로가 뚫렸다. 서울지도. 범우사.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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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망원동 복개도로의 과거 모습 – 1973년 (gis.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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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망원동 복개도로의 현재 모습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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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망원동은 큰 물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거지를 흐르는 하천이 도로 밑에 숨어있다. 이제 홍수가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니 물길의 흔적을 살려 공원으로 만들고 숨겨둔 물길을 꺼내도 되지 않을까? 대충 가꿔도 진해 여좌천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14 진해 여좌천의 4월 (대한민국 대표 꽃길, 글 최미선, 사진 신석교, 2010.3.15, 넥서스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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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진해 여좌천의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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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드러내고 싶은 이유는 단순하다. 망원동이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물’로 보기 때문이다. 망원동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일제강점기까지 물이 흐르던 곳이고,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던 곳이다. 그리고 물은 한강으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된다. 홍제천과 한강을 이을 수 있는 매개체가 망원동에 만들어지면 망원동의 주거지와 한강의 수변공간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강과 인접한 곳에서 물과 조화된 주거지는 아직 없다. 청계천으로 물길을 복개하는 것에 다들 큰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정작 주거지에서 물길을 복원하자고 하면 실생활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고 도로가 덮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 그래도 부족한 주차공간은 줄어들고, 도로는 더 불편해질 것이다. 차 뿐만 아니라 모기 걱정, 쓰레기 걱정도 한다. 우리는 아름다움보다 기능이 우선인 삶을 살고 있다.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물길을 드러내어 동네를 가꿔야 한다. 서울 주거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고, 공공이 해야하는 일이다. 일단 공사가 시작된다면 망원동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홍제원 : 고려 및 조선시대 역원제의 실시로 공무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중국으로 향하는 의주로에 위치하여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였던 원이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글, 사진. 정호균

2013년 4월 29일.

 

정호균

프리랜서. 통의도시연구소 객원연구원

aliceinwl@empal.com

 

 

본 글은 글쓴이의 개인적 의견으로 통의도시연구소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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