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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물의 도시, 망원동 8 – 마지막회

한강이 지겨우면 홍제천을 따라 올라간다. 망원동 한 가운데를 흘렀던 물길이니 동네주민들에게 각별해야겠지만 높은 둑으로 접근조차 쉽지 않으니 한강보다 마음이 가깝지 않다.

 

홍제천은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수변 공간이다. 망원동 근천에는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공간이 다양하다. 아마 서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많은 편일 것이다. 하늘공원, 노을공원,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 난지천 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영역을 구성하는 공원들이다. 이 중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 평화의 공원은 서울 내에서 잘 알려진 곳으로 외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난지천공원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인데다 지리적인 이유로 상암 월드컵 경기장 북부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홍제천은 이 공원들로 가기위한 보행도로 역할과 인근 주민들을 위한 공원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 썩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단 모양새의 문제다. 비가 많이 오면 행여나 물이 넘칠까 걱정스런 마음에 둑을 높이 쌓은 까닭에 홍제천은 긴 수로와 같다. 이곳에 보행도로, 자전거도로, 강 옆 녹지공간, 둑, 운동시설, 벤치 등을 우겨서 넣었으니 여유가 없다. 모양이야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공간을 잘 활용해야겠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기껏 해야 길가에 있는 벤치들과 체육시설들 뿐, 선적인 공간만 있을 뿐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 벤치들조차 놓을 위치가 애매한 지 길가 아무 곳, 특히 교각 하부에 여유 공간이 있다 싶으면 어둡고 습할지라도 어김없이 위치한다.

 

#1 홍제천 하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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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홍제천 하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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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홍제천 하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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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홍제천 하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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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홍제천 하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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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홍제천 하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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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인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입장에서는 다니기에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그렇듯 올라갈수록 변하는 풍경 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속 올라가다보면 물길이 끊어지고 복개되어있는 곳을 만나게 된다. 세운상가와 같은 초기 주상복합 건물인 유진상가가 있는 곳이다. 하천 위에 지어졌으니, 복원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시달렸던 것 같다.

 

#7 유진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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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진상가에서 남쪽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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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가 철거 안한다” – 동아일보. 1999.4.8

 

서울시는 7일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를 철거한다는 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김학재 행정2부시장은 이날 “유진상가를 철거한다는 것은 잘못 발표된 것”이라며 “최근 안전진단 결과 계속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며 철거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시는 1일 서울시내 하천 복개부지 위에 지어진 상가들을 지상권 만료시점에 맞춰 모두 철거하고 하천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었다. <서정보기자>

 

결국 2012년 5월 16일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이 건축심의를 통과해 48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었다.

#9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계획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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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타워팰리스’ 유진상가의 화려한 부활 – 한국경제. 2012.5.16

 

서울시는 16일 유진상가를 포함한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업무·판매·문화시설 1개동은 홍제천을 따라 신축되고, 그 뒤에는 최고 높이 48층짜리 아파트 3개동으로 구성된 주상복합아파트(693가구·임대주택 52가구 포함)가 들어선다. 가로로 긴 모양의 업무·판매동 옥상은 공원으로 꾸며진다.

 

재건축되면서 통일로나 세검정길 등 주변 도로도 5~10m 이상 확장된다. 홍지문부터 마포 한강 합류 지점까지 홍제천 8.52㎞ 구간 중 단절됐던 400m 구간(유진상가 인근)이 완전히 복원된다. 홍제천을 따라 폭 18m, 길이 222m의 공공보행통로도 조성된다.

 

문혜정 기자.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51682591

 

 

든 자리는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안다고, 세운상가보다는 못하지만, 잘사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고, 오십년 가까이 있던 곳이니 아쉬운 이야기가 있었다.

 

“유진상가, 비루하고 데데한 유신 건축물의 비애 [한계레21. 2012.09.10 제927호]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로 곧 헐릴 홍은동 유진상가… 1970년대의 타워팰리스였던 준전시 개발독재 체제 상징물의 처연한 잔명” 

 

” 유진상가는 서울 서북권역의 교통 요충인 홍은동 네거리에 있다. 폭 50m의 입면부는 통일로와 면하고, 5층 높이의 상자형 몸체가 세검정길을 따라 200m 남짓 이어진다. 1970년 지어졌으니 햇수로 42. 사람이라면 불혹의 완숙함이 느껴질 법한 나이지만 이곳을 감도는 건 쇠진과 몰락의 기운뿐이다. 단조롭고 특징 없는 입면부, 오랜 세월 때와 흠집으로 누더기가 된 외장은 머잖아 폐기 처분될, 방치된 인공물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 유진상가가 겪는 푸대접에는 사실 부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설계자가 누구인지 불명확하고 건물에 구현된 이념과 조형미가 세운·낙원상가에 비해 처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진상가 역시 동시대 다른 상가아파트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형태미학과 조형원리를 내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2854.html)

 

 

유진상가는 결국 없어지게 되었지만 건축물 자체의 존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과는 그 시대의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고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논의했던 이야기들이 중요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논의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10 홍제천 상류 1 – 유진상가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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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홍제천 상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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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홍제천 상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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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홍제천 상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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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가를 기점으로 홍제천의 상류와 하류로 나뉘는데, 인위적인 구분이지만 그 풍경은 뚜렷이 구분된다. 하류는 여느 공원과 같고 상류는 하류보다 고즈넉하다. 여전히 내부순환로의 고가도로가 지나가고, 좌우로 아파트와 주택들이 들어서있지만, 강은 애써 정비되어있지 않다. 콘크리트와 조경공사로 수로와 같은 하류보다 모래와 바위가 뒤섞여있는 모양새가 자연스럽다. 건천이 되면 사람들은 강위로 다니고, 비가 오면 물이 찬다.

더 위로 올라가면 탕춘대성이 나오고 연결되어있는 홍지문을 지나면 세검정으로 이어진다. 여기서부터는 옛 한양, 사대문의 영향권이다.

 

#14 홍제천 상류 5 – 홍지문과 탕춘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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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홍제천 상류 6 – 세검정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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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천은 주변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과 길 한편에서 수다를 떨고 계시는 노인들, 빠른 속도 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뒤섞여 있다. 지역행사라도 하는 날이면 스피커를 동원해 시끄러워진다. 다양한 계층,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긍정적인 공간이고,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바라지 마지않던 곳이지만 대안이 이곳밖에 없는 까닭이니 못내 아쉽다.

 

홍제천의 지류들을 되살려 공원을 만든다면 좋겠지만, 그 흔적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주차장과 복개도로로 이용하고 있고, 어떤 경우는 수로를 따로 내어 매립해 집들이 들어섰으니 지금 와서 복원하자고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옛 물길 의 흔적을 다시 찾으려고 많은 세금을 낭비할 까닭은 없다. 흔적은 다른 방식으로 찾고 기존의 길과 버려진 공간들을 이용해서 녹지축 들을 만드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한강과 홍제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르듯 주거지 내에서 홍제천으로 연결되는 작은 녹지축들이 조성된다면 어린 아이들이나 노인들, 집 앞을 산책하고 싶은 사람들이 굳이 홍제천까지 나오지 않아도 되고, 홍제천은 지금보다 차별화된 공간으로 이용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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