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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주, 영화의 거리 #1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하다

천만 관객이 영화관을 찾는 시대다. 많은 이들이 문화생활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올리는 단어가 바로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까운 극장에 찾아가 쉽게 볼 수 있는 영화 말고도, 국내에는 많은 영화제들이 열리고 있어서 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이 국내의 관객들을 찾아오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을 뉴스를 통해서 들어봤을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크고 작은 행사가 무려 80여개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매년 봄의 향기와 함께 가장 먼저 관객을 찾아오는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전주, 전통의 이미지

사실 전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보다도 ‘전통’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모르더라도 전주비빔밥, 전주 한옥마을은 모두 알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전주에 진입하는 그 순간부터 ‘내가 바로 전통의 도시요’ 하며 자랑이라도 하듯이 커다란 기와지붕을 가진 톨게이트가 이마판에 서예체로 ‘전주’라고 쓰인 현판을 달고 여행객을 맞이하고, 기차를 이용해 전주에 방문하더라도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전주역사에 도착하는 등 첫발을 내딧는 순간부터 우리는 ‘전통’의 도시로 들어가게 된다.

#1 전주톨게이트                                                                        #2 전주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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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통이라는 테마로 전주를 알리려는 노력은 도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도시에 들어오면서 보았던 톨게이트/전주역사의 미니미라 할만한 것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거리를 따라 계속 볼 수 있는 버스정류장이나 택시정류장부터 여행객이 꼭 들려야 할 관광안내소도 기와지붕 양식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조금만 눈 여겨 보면 작은 ‘전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전주가 맞구나 하는 안도감과 즐거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3 공중전화 부스                                                                        #4 버스정류장

공중전화부스  버스정류장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 일대는 전주에서는 ‘객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여행자에게는 참으로 가깝고도 먼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이 ‘객사’는 한자로 쓰면 ‘客舍’로 전주를 찾아온 관리나 사신 즉 ‘손님을 위한 숙소’라는 뜻인데, 한자를 모르고 들을 경우 자칫 ‘客死’ 즉 ‘타지에서 죽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해하건 여행객에게는 염두에 두어야 할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 객사 지역은 4개의 영화관이 자리잡고 있는 영화의 거리 이외에도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가 가득한 곳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항상 북적거리는 명실상부한 전주의 중심가이다.

#5 객사, 영화의 거리 일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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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객사길 끝에서 조금은 뜬금없이 실제 객사 건물을 만나게 된다. 유적지들이 독립되어 별도로 관리된다는 느낌을 주는 서울과 달리 번잡한 거리 끝에 무심한 듯 떡하니 자리한 객사를 보며 그 소박함에 살짝 웃음도 나고 옛것이 이렇듯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있구나 싶어 부럽기도 하다. 보물 제 583호인 객사의 정식 명칭은 ‘풍패지관(豊沛之館)’으로, ‘풍패’는 조선왕조의 발원지인 전주를 비유한 말이라 한다. 본관에는 ‘풍패지관’ 이라 쓰인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현판만 보아도 과거에는 객사의 크기가 대단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객사는 출입에 특별한 제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서 쉴 수 있도록 열려있는 공간이어서 어떻게 보면 유적지라기 보다는 공원 같은 느낌으로 시민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

#6 객사길과 객사 – 객사에서 쉬는 사람들

객사길과 객사

객사를 뒤로하고 객사길로 들어서서 북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영화의 거리가 나오는데, 영화의 거리는 명칭에 걸맞게 영화를 상징하는 갖가지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다. 마이크를 들고 영화를 촬영하는 사람의 조형물이 건물에 붙어있기도 하고, 영화 속의 이미지가 벽화로 그려져 골목을 장식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 영화 포스터들이 거리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잘 조성된 덕분에 전주 영화의 거리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한국공공디자인재단이 주최하는 국제공공디자인대상에서 최우수 공공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7 영화의 거리  –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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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영화의 거리 – 바닥 영사기, 바닥 지프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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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영화의 거리 – 발바닥 그림, 마이크를 든 스텝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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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화의 거리 –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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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잘 조성된 영화의 거리이지만 어느 때보다도 그 진면목을 드러내는 때는 봄이 무르익는 4월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되는 바로 그 4월 말이다.

영화제가 시작되기 한달여 전부터 영화제 스텝 복장을 갖춘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영화제가 개막되면 국내 문화계 전반을 아우르는 인사들과 젊은 스타들, 그리고 해외에서 영화제를 찾은 감독들과 게스트들이 목에 ID카드를 메고 객사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또한 전국에서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영화의 거리를 가득 메우고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인 노란 점퍼의 자원봉사자들도 거리에 활기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영화제에 흥겨움을 더해줄 뮤지션들과 아티스트들이 영화의 거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린다.

#11 공연 ‘버스킹 인 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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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람들 – 감독, 자원봉사자(지프지기),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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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ALK – 카페토크, 라운지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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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JIFF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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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도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 아무리 좋은 건물을 짓고 아름답게 꾸며 놓았던들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는 죽은도시일뿐이다. 전주 객사가 가장 빛나는 그 순간은 지역 주민들과 손님들이 알록달록 개성을 가득 채우는 전주국제영화제 가 열리는 그 순간일 것이다.

2013. 07. 23

김윤경 /  hen_keai@naver.com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Program Coordinator  

One Response to “[국내] 전주, 영화의 거리 #1”

  1. gaegoo

    전주를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재미난 글 잘 보았습니다. 특히 전주 톨게이트 사진을 보니, 한때 전주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떠올라 몇 자 적어봅니다.
    전주 톨게이트도 대부분 톨게이트처럼 전주로 들어가는 방향과 전주에서 나오는 방향에 모두 2개의 현판이 걸려습니다. 현판 글씨는 조선시대 백성들이 사용하던 한글 글씨체인 ‘민체’입니다. 서예가이신 원광대 여태명 교수가 쓰고, 공예 조각가 김종연 선생이 섬세하게 깍아냈습니다.
    그런데, 이 두개의 현판 글씨가 전혀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 오며가며 느끼셨습니까?
    자세히보면 전주로 들어가면서 보이는 글씨에는 자음보다 모음이 훨씬 크게 써 있습니다. 반대로 전주에서 나오면서 보이는 글씨는 모음보다 자음이 크게 적혀 있습니다.
    여태명 교수는 이 현판 작업을 하면서, 맞이하는 쪽 현판 글씨는 객지에 나갔던 자식이 고향으로 들어오면서 어머니의 품을 느끼도록 모음을 크게 썼고, 배웅하는 쪽 현판 글씨는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자식이 크게 되라는 마음으로 자음을 크게 썼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도시, 전주에 갈 때마다 보이는 이 현판에서 다시 전주를 느끼고 감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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