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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ic Days #1 북유럽 도시 산책

서울 촌닭, 스웨덴으로 떠나다

처음 스웨덴 유학을 결심했을 때 “왜 하필 춥고, 사람도없는 스웨덴이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스웨덴은 발달된 도시 디자인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운 기후로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기능을 창출하는 기능주의적 디자인이 발달했고,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평등의 가치는 도시 곳곳에 공공을 위한 세심한 디자인으로 녹아있습니다. 선진 국가의 디자인 사례를 통해 시민 누구나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한국을 떠났습니다.

 

빠른 변화와 성장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울은 저에게 항상 새로움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장소입니다. ‘디자인 서울’ 슬로건을 시작으로 세계 유명 건축 포럼과 개발도상국의 선진 사례로 소개되며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 (A.T. Kearney Global) 10위에 선정될 만큼 주목 받는 도시입니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의 외형은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고가도로 아래 매몰되어 있던 청계천은 시민들의 수변 공간으로 복원되었고, 광화문 앞을 차지했던 16차선의 도로는 구 도심의 가장 큰 광장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역사 문화공원과, 건축가 유 걸씨의 신(新) 청사는 21세기의 건축 기술력의 놀라운 발전을 보여줍니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 점차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면적인 증가가 시민의 만족감을 높여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지양해야 합니다.

북유럽의 도시디자인

디자인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사용자의 ‘편의성’입니다. 단지 보기 좋게 포장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지고 시간과 자원의 낭비일 뿐입니다. 수 천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공간은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섬세한 배려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북유럽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도시 공간을 바라봅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시(市)는 뉴욕, 홍콩의 고층 빌딩 숲 대신 남녀노소 누구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편리한 교통 체계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을 노력했습니다. 코펜하겐의 시민들은 도심지 교통수단으로 단연 자전거를 선택합니다. 도시 계획가인 얀 겔(Jan Gehl)과 코펜하겐 공무원들은 보행자와 자전거의 이용이 우선인 공간을 디자인 하기 위해 40년 동안 시민들을 설득하고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스웨덴 남부의 항구도시 말모 시는 조선산업이 쇠퇴한 지역을 활성화 하기 위한 대안으로 ‘신 재생에너’지라는 키워드를 선택합니다. 1997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말모시는 실업 해소와100% 재생 에너지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주거단지의 선도적인 사례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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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880년, 1960년, 1967년의 코펜하겐(출처: Jan Gehl외, Public Space Public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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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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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랜드마크인 코펜하겐(출처 : Lousiana Museum of Modern Art, New Nord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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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mö시 신개발지 BO01. 폐조선소를 복합주거단지로 재생시킨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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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mö시 신개발지 BO01과 Västra Hamnen(서항)항공사진 (출처: 말모시) IMG_4186

Malmö시 신개발지 BO01의 수변공간. 공공장소의 개방성 (출처 : Lousiana Museum of Modern Art, New Nordic)

모두를 위한 디자인

학부 졸업 후 서울의 한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1년 동안 실무를 하며 여러 한계점을 경험했습니다. 대부분의 건설 프로젝트는 대기업 건설사의 하청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건축 사무소들은 영업에 치중해야 했고, 증축 과정에서도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 보다는 자본의 논리가 우선시 되었습니다. ‘건축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공헌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현실의 벽 앞에서 고민 끝에 공정하고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을 선택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디자인을 ‘보편적 복지의 물리적 실현’이라고 말합니다. 도시 어느 곳을 가던지 장애인, 노약자와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도심은 편리한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로가 도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도심에서도 학생들을 위한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저렴한 값에 임대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적습니다. 평등은 비단 공공 시설에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스웨덴은 서울처럼 아파트가 많습니다. 1970~80년대 서울에 많이 지어진 저층 형 주공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외관은 서울의 옛날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내부 구조는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1층은 공용 식당 혹은 세탁실이고 한 건물에서 같은 평형을 찾기 힘듭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그렇습니다. 공용 식당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해 주민들과 함께 밥을 먹고, 맞벌이 부부가 키우는 아이의 식사는 이웃이 돌아가며 챙겨줍니다. 한 건물 내에 평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도 다양합니다. 소설 믹스(Social mix)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집니다. 소셜 믹스는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위한 복지 정책이 있을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민이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은 국가가 일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저소득 가정과 고소득 가정의 아이가 질적으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차별에 엄격한 스웨덴 시민과 문화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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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가장 일반적인 주거형태-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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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활을 전제로 하는 아파트는 커뮤니티를 형성시킬수 있는 공공공간이 중요하다.

 

더불어 사는 도시를 향하여

학교와 실무, 그리고 유학으로 이어진 도시 탐구를 통해 제 나름의 디자인 철학도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보기 좋게 포장한 디자인이 가장 잘 팔리고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는 사람을 배제한 디자인은 죽은 디자인 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북유럽 디자인의 핵심은 화려한 색감과 유기적 형태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물리적 실현에 있다는 점 역시 큰 감동이었습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스란드는 척박하고 극한 자연환경에 적응한 건축및 조경디자인이 전통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스웨덴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기술적 해법의 연구에 많은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될 저의 웹진 기사는 제가 사는 말모(Malmö)시를 중심으로 ‘친환경 건축/ 북유럽 조경/ 도시와 복지’ 이렇게 세 꼭지로 나누어 포스팅 될 예정입니다. 1년간의 작은 경험이 제 자신에게 작지않은 충격을 줬듯이, 제가 경험한 또는 경험할 북유럽의 건축 및 도시가 나의 고향 서울이 외형적 발전을 넘어 ‘더불어 사는 서울’을 행해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2013. 07. 15

김영일 /  youngisnotill.kim@gmail.com

 Lund University : School of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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