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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ic Days #2 Medieval Town in the Future

 뜨거운 여름 햇살이 가득한 말모(Malmö)시의 여름은 활기찹니다. 말모시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의 도시로 알려지기까지는 스웨덴 정부의 숨겨진 노력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말모시의 주요 산업이었던 조선소가 문을 닫자(현대에 크레인을 1달러에 매각한 사건이 이슈화 된) 실업률 증가와 인구 감소 현상이 뚜렷해 지면서 도시 슬럼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이를 극복하고자 도시 재생 사업으로 City of Tomorrow, Oresund Bridge, Malmö 대학 설립의 세 가지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brforeBO01이전의 Västra hamnen(서항)

aerial BO01이 들어선 현재의 Västra hamnen(서항)

이번 포스트에서는 City of Tomorrow의 일환인 Bo01(Bo는 스웨덴어로 ‘주거’란 뜻) 주거단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기존의 잡지나 뉴스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중점적으로 보도되었는데, 저는 도시를 공부하는 학생의 관점에서 Bo01 주거단지의 물리적/공간적 특징도 함께 소개해보겠습니다.

 

EU의 SURE (Sustainable Urban Revitalization of Europe) 시범 대상지로 선정된 말모시는, City of Tomorrow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폐 조선소 부지를 복합 주거단지로 재개발합니다. SURE의 프로젝트 원칙에 따라 새로 개발된 주거단지는 100% 신재생 에너지만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 말모시는 UN에서 선정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차지합니다.

 

친환경 도시는 단순히 태양열, 지열 에너지와 같은 생태 에너지의 활용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100% 활용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Bo01 주거단지에 적용된 친환경 기술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Bo01_sustainable_concept

Bo01에 사용된 친환경 기술(출처 말모대학교 : http://medea.mah.se/2010/12/artist-in-residence-projects-summarized/)

 

(1)100%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

Bo01 주거단지에서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합니다. 항구도시인 말모시는 바닷물(조력)과 지열에너지를 기본으로, 집집이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각 가정의 난방 및 전기를 개별로 생산합니다. 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일부는 지역난방으로, 일부는 Biogas로 변환해 버스의 연료로 사용합니다. 건물의 물리적 형태 또한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위해 Passive design이 적용되었는데, 이러한 디자인은 Bo01 주거단지뿐 아니라 춥고 가난했던 역사를 가진 스웨덴 집들의 일반적인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2) Eco Recycle

Bo01 주거단지 일부는 폐 조선소에 사용되던 하수도 시설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수도 시설은 도시 혐오시설이지만, Bo01 주거단지의 텃밭은 하수에 남아있는 영양분을 추출해 재사용합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발생한 생활 쓰레기는 Boigas와 지역난방으로 변환되어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은 0입니다.

 

(3) 건설 재료

현재 1,000가구의 Bo01 주거단지는 2001년 주거박람회 일부였습니다. 주거박람회에 사용된 일부 주택들은 지금의 Bo01주거단지가 되었지만, 대부분 건물은 임시로 지어지고 주거박람회 이후에는 철거될 건물들이었습니다. 말모시는 주거 박람회 계획 당시부터 엄격한 재료선정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Bo01 주거단지에 사용된 건설자재는 100% 재사용이 가능한 재료여야 하고 스웨덴 화학검사국에 인정받은 화학적으로도 생태계에 무해한 재료만으로 시공되었습니다. 전체 CO2배출량의 40%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을 고려하면, 100% 재활용이 가능한 건설 자재 선정만으로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4) 생물의 다양성 보존

Bo01 주거단지는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빗물과 바닷물 모아 공공공간의 수공간(연못, 분수 등)에 이용합니다. 생물이 살기 좋은 생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생물의 다양성 보존뿐 아니라 수자원 절약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rain water 빗물을 모아 수공간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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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01배치도(출처: Malmö stad)

 

Bo01 주거단지는 선도적인 친환경 기술에서 더 나아가 건축물과 도시의 물리적인 구성 역시 훌륭합니다. 외형은 세련된 수변도시의 느낌이라면, 주거지 내부를 걸으면 중세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개별 건축물마다 완성도가 높고, 거주민들의 공공공간에서는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의 메인 건축가였던 Klas Tham와 함께 Bo01 주거단지를 답사하고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적어 놓았던 메모 몇 가지를 옮겨 보겠습니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바다 쪽으로 난 보행자로의 입구를 좁히고 중심 보행 동선에서의 Focal point(주석)를 강조하기 위해 건물의 배치를 비틀었더니 자연스럽게 정형화된 그리드 도시 형태를 탈피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거지의 내부 영역은 중세도시 같은 치수의 다양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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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as Tham

 

Klas Tham은 중세도시의 매력을 설명하면서 현대 도시에도 길을 잃을 수 있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Bo01 주거단지에 적용된 디자인 원칙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1) Window to Plaza & Door to Courtyard

Bo01 주거단지에 적용된 디자인원칙 중 하나는 창문은 공공공간 쪽으로, 출입문은 중정으로  향하기 입니다. 야간이나 이른 새벽 안전과 치안 확보를 위해 주거지 대부분 창문은 광장을 향해 있습니다. 경찰들이 순찰하지 않는 시간에도 거주자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하게 될 테니까요. 반면 너무 많은 개구부가 광장과 면해 있다면 그 안에 사는 주민들도 프라이버시 침해의 염려 때문에 힘들고, 광장의 사람들도 공적이 영역이 사적 동선에 크게 침해받으면 불편하겠죠? 그래서 거주단지의 출입구는 중정을 향해 있습니다. 공공공간(집 앞 광장)- 반 사적 공간(중정)- 사적 공간(아파트 내 집)으로 연결되는 공간의 연속성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키워드입니다.

windo-door

 가로쪽으로 창문을 내고 중정으로 주 출입구를 낸 모습

 

(2) Design for Subconscious 

Bo01 주거단지를 걷다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길들의 연속인 것 같지만, 평면을 보면 건물들은 조금씩 축이 틀어져 있고 중심 가로 쪽에 위치한 건물들 조차 건축선이 거의 맞지 않습니다. 설계자 Klas Tham의 설명에 따르면 이것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공간 인식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불규칙한 풋프린트 레이아웃(foot print layout)으로,  건물들이 틀어지고 튀어나옴으로써 형성된 불규칙한 공간을 사람들이 ‘외부 공공공간’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subconsious 비정형의 건물배치로 으로 광장으로 인식하게 함

 

(3) 길 폭의 원칙

우리가 아주 아름답다고 느끼는 길, 편하다고 느끼는 거리는 대부분 서양에서는 중세 이전에 만들어졌거나 최근에 만들어졌더라도 차는 적게 다니고 사람이 주로 다니는 굽고 좁은 길입니다. 근대 대표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새로운 건축을 향하여> 에서 ‘구부러진 길은 당나귀 길이고 곧게 뻗은 길은 인간의 길’이라며 대로를 극찬했지만, 너무 넓고 곧은 길은 지루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100년도 지나지 않아 깨달았습니다. 폭 25m 이하의 길에서 사람들은 서로 ‘인지’하고, 폭 7m 이하의 길은 비로소 서로 ‘대화’가 가능합니다. Bo01 주거단지 역시 이러한 이론에 근거하여 중심가로는 25m 이하, 아파트 사이의 간격은 7m로 설계되었습니다.

street dimension 주거단지 내 작은길과 메인 가로

 

(4) 아케이드 : 가고 싶게 만드는 길

보행자가 날씨와 상관없이 편하게 걷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케이드입니다. 파리는 1820년대와 1830년대 사이 왕정복고기에 아케이드를 많이 지었는데요, 자본이 성장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당시의 파리의 아케이드는 수많은 상점- 특히 명품 가게들이 많은데, 자본의 힘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쇼핑으로 사람을 걷게 하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터 벤야민은 아케이드는를 ‘상품 자본주의의 원조 선전’이라고 했을 만큼 화려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범계역 거리 1층 아케이드 상점이 백화점 명품 매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하면 얼추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근대 및 현대 도시설계에서 아케이드는 종종 쓰이는 설계 기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화려한 상업시설보다 주거와 근린생활시설이 중심인 Bo01 주거단지의 아케이드는 어떻게 설계되었을까요? 정답은 아케이드의 끝에 있습니다. 아케이드가 끝나는 지점에 의도적으로 조형물이나 공원의 나무를 보이게 배치함으로써 사람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아케이드 내부로 유도 합니다.

arcade

아케이드 끝에 보이는 녹색 Focal point 

 

이번 포스팅의 제목을 ‘Medieval Town in the Future’ 라고 정했습니다. Bo01 주거단지에 적용된 기술들은 최신의 것들이지만, 도시설계 기법들은 인간 척도 및 사람의 행위에 근거한 아주 기본적인 원칙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Bo01 주거단지는 단순하되 단조롭지 않고, 중세도시의 길을 걸을 때와 같이 예상치 못한 장소를 ‘마주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때 스웨덴도 우리나라처럼 도시에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신도시와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대량으로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인구수에 초점을 맞춘 신도시와 아파트 건설이 시민들에게 외면받자, 거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쾌적한 공공 공간의 제공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우수한 기능을 겸비한 주거지야말로 ’지속가능성의 키워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거 역사도 면적인 팽창을 끝내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번 글을 마칩니다.

 

 

참고 : 1. Interview on Hanna Roberts / Head of Environment Malmo Kommun

2. Klas Tham의 설명.

3. Malmö stads Miljöförvaltningen, <Hållbar stadsutveckling>, 2007

 

2013. 07. 29

김영일 /  youngisnotill.kim@gmail.com

 Lund University : School of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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