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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주, 영화의 거리 #2

영화제 스텝으로 객사에서 먹고 지내기

전주에 내려가기 전에는 전주에 가면 꼭 콩나물국밥이나 전주비빔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영화제 스텝의 신분으로 전주에 한달 가량 머물게 되니 그곳은 일상의 공간이 되어 버렸고 여느 회사원이 그러하듯이 끼니를 떼우는 문제는 하루의 주요 이슈이다. 객사에서 여행자가 아닌 회사원의 관점으로 맛집들을 몇 군데 소개해 본다.

전주국제영화제 스텝 중에서도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스텝들에게 객사 내 최고의 맛집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차녀(次女)’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 스텝들 사이에서 이 차녀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회의차 전주에 내려가는 날은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하더라도 꼭 이 차녀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객사 인터스포츠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차녀는 파스타와 리조또 등의 메뉴를 파는 레스토랑으로 맛과 분위기 그리고 가격까지 서울의 브런치 카페를 연상시킨다. 전주 물가 대비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이러한 차녀의 영향일까, 그 좁은 골목에 작고 예쁜 카페들이 하나 둘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다. 객사 가로수 길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1 ‘차녀’ 가 있는 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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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 스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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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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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역시 서울에서 매일 브런치를 먹으러 가지는 않듯이, 이 차녀도 한두번 방문하고 나니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특별한 곳은 그렇게 특별하게 남겨두는 것이 장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장님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 즐겨찾던 식당은 어디인가 하면 바로 생선구이 집이다. 전주에서는 보통 고기를 많이 먹어 생선구이 전문점이 있는지 몰랐었는데, 끼니 떼우기를 지상 최대의 과제로 여긴 팀원이 발견해 낸 보석 같은 집이다. 이름은 ‘만다린’. 처음에는 만다린에 가자고 해서 내심 중국집에 가나보다 하고 따라갔는데 알고보니 생선구이 전문점이었다.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현대옥과 삼백집을 지나 서쪽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만다린을 발견하게 되는데, 보통 삼백집을 지나 우회전 하여 번화가로 진입하기 때문에 이곳은 객사 내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는 않는 곳이다. 어쨌든 이 집을 발견한 팀원 덕분에 우리는 종종 점심시간에 이곳을 방문하곤 했다.

생선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고, 한그릇에 모두 담겨 나오는데, 2인이면 고등어, 삼치, 꽁치 또는 고등어, 갈치를 주고 3인이면 고등어, 삼치, 꽁치, 갈치, 4인이면 여기에 조기가 더해지는 형식이다. 우리팀은 멤버가 총 7명 이어서 3인 하나 4인 하나 이렇게 시키곤 했는데, 마지막 한명이 어느 자리에 앉느냐가 조기의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항상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가격은 비교적 합당한 1인당 7천원이라는 가격인데, 메뉴판에 1인분은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벽에 떡하니 ‘부득이한 1인분 9천원’ 이렇게 붙어있다. (* 2013년 7월 현재는 가격을 8천원으로 내렸다. 혼자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져서 가격을 내리셨다고 한다.) 맛있는 생선을 찾아 이곳에 혼자서 오는 손님도 있는가보다 하고 다같이 얘기하고 있자니 사람 좋아 보이는 사장님이 불쑥 끼어드신다. “젊은 여자가 애기 엎고 혼자 왔는데 어떻게 안팔아~ 9천원이라고 써놨지만 그냥 7천원 받았지~” 하신다. 객사에서 한동안 머무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만다린에 들러 이 인심 좋은 사장님의 맛있는 생선구이를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4 ‘만다린’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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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맛있는 점심 백반 ‘만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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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부득이한 1인분은…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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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나면 또한 마찬가지로 커피 한잔 하러 가는게 수순. 스텝들이 사랑하는 카페는 두 군데인데, 한 군데는 영화제 스텝 할인을 해주던 ‘하쿠나마타타’이고 다른 한 곳은 객사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판다고 자체 평가했던 ‘Go집’ 이다.

하쿠나마타타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스폰서 카페로 스텝에게는 할인 커피를 제공해 주는 소중한 공간이자 영화제 게스트들과 공식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이기도 했다. 삼백집과 만다린 사이의 골목으로 객사 중심가로 접근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데 여기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는 곳은 아니다. 아무래도 그런 이유로 공식 인터뷰 장소로 선정된 것일게다. 아기자기한 내부에 북적거리지도 않으니 안그래도 이 카페가 참 맘에 들었었는데 스텝 할인까지 해준다고 하지 찾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점심시간에는 많은 영화제 스텝들이 할인을 찾아 이 카페로 몰려들어 모두 만나버리니 나에게는 한가지 장점을 잃은 셈이었다.

#7 영화제 게스트들의 공식 인터뷰 장소 ‘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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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하쿠나마타타’의 아기자기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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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스폰서 카페 : 스텝들에겐 할인커피가 제공된 소중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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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집은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사무국이 자리잡은 기린오피스텔(* 2013년 7월 현재 1층에 유니클로 매장이 있는 건물이다.)에서 서쪽으로 한두 건물 지나 위치하고 있는데, 거리 쪽에는 작은 입간판이 길에 세워져 있고 입구가 보이는데 바로 카페 건물이 보이지는 않는다. 입구에서 살짝 안을 들여다 보면 좁고 긴 통로가 보인다. Go집은 그 통로 안쪽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그 모습을 나타낸다.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작은 한옥 건물. 이곳은 객사 내의 보물 같은 곳이다. 객사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저 고운 커피 향만이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건물을 통과하면 안쪽에 테이블이 몇개 놓여 있는 작은 정원도 있어서 볕이 좋은 날은 정원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분위기도 이렇게 좋은데 무려 커피까지 맛있다. 커피에 일가견이 있으신 이상용 프로그래머께서 직접 전주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집이라고 평가하셨으니 말 다했다. 사무소와 워낙 가까워서 가끔 조용히 따로 얘기를 나눌 일이 있으면 이 Go집으로 와 커피 한잔과 함께 얘기를 나누곤 했다.

#10 ‘Go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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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좁고 긴 통로의 끝에 나타나는 ‘Go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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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볕이 좋은 날, 고운 커피 향이 가득한 ‘Go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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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한 4군데 식당과 카페에 방문한 사람들 모두 만족했기 때문일까. 포탈에서 검색하면 모두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장님 입장에서야 장사가 잘 되어서 가게도 확장하고 인테리어도 새로 하는 것이 바람일지는 모를 일이지만, 한달 가량 거주자로 지내면서 그 공간들을 소중하게 느꼈던 나로서는 모두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앞으로도 남아주기를 바래본다.

2013. 08. 05

김윤경 /  hen_keai@naver.com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Program Coord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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