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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ic Days #3 스웨덴 조경

스웨덴은 남북으로 긴 나라 입니다. 남쪽은 기후가 겨울철 평균기온 -1도, 여름철 평균기온 20도로 온화한 반면 북쪽은 북극권에 걸쳐있어 위도차에 따른 기후의 차이도 엄청납니다. 기후 뿐만 아니라 국토의 54%에 이르는 산림, 9만6천여개의 호수, 16%의 산지는 스웨덴의 국토에 다양한 풍경을 선사해 줍니다. 산이 거의 없는 아웃나라 덴마크 국민들이 트레킹을 하기 위해 스웨덴을 찾기도 합니다. 이처럼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스웨덴의 조경디자인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제가 경험한 스웨덴 남부의 풍경과 조경 디자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Skåne의 기후와 지리조건

스칸디나비아 반도 남쪽끝에는 덴마크와 마주보고있는 혹처럼 튀어나온 형태의 작은 반도가 있습니다. 그 곳이 제가 사는 스코네(Skåne)지방입니다. 지금은 스웨덴땅의 일부 이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 중에서도 토질이 비옥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 때문에 덴마크 땅이 되었다가 스웨덴땅이 되었다가를 반복한 곳 입니다. 그 때문에 덴마크 억양에 가까운 스웨덴 어를 쓰고, 스코네 땅 곳곳에 덴마크 땅 이었던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스코네 땅은 북서-남동을 있는 대각선을 기준으로, 윗쪽은 산지와 삼림, 아랬쪽은 농지와 간간히 있는 호수가 전체적인 특징입니다. 그 것은 약 20000년전 빙하가 땅을 깎으면서 녹아서 생긴 지형적 특징 입니다.  스코네의 서쪽 해안과 내륙은 토질이 비옥하고 평야가 많아서 농지가 대부분 입니다. 농지 중간중간에 섬처럼 존재하는 단일 농장들이 있는데, 이것은 과거 마을을 형성하고있던 인구가 산업화로 인해 도시로 이동하면서 마을은 사라지고 남아있는 가구들이 섬처럼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아있는 집 주인은 자신의 집과 헛간, 안뜰을 가꾸기 시작하는데 이 것이 스코네지방의 아주 보편적인 조경의 역사 입니다.

 

Marna’s garden : Södra Sandby, Design by Sven-Ingvar Andersson

스벤 잉바르 안데르손(Sven-Ingvar Andersson)이라는 덴마크 조경가가 설계한 이 정원은 Södra Sandby 외곽에 자리잡은 게스트 하우스에 딸린 작은 정원 입니다.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지만, 높고 두꺼운 관물으로 차단해서 이 안뜰에 있으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이르킵니다. 다른세계에 있는것 처럼 보이기 위해 이 조경가는 약간의 시각적 속임수를 이용합니다. 이 정원의 제일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높이차는 3미터인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도로와 정원사이의 관목의 높이를 다르게 했습니다. 이 관목은 땅이 제일 높은 곳에서 1미터, 땅이 제일 낮은 곳에서는 4미터로 만들어 정원내부를 외부와 떨어진 ‘방’처럼 만들었습니다. 이웃집과 마주보는 펜스(fence)도 인상적입니다. 개나리과의 나무들이 엉성하게 올라가고 있고, 하얗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펜스를 만들고 있어 보일듯말듯 재미있습니다. 붉은색의 일자형 단층 게스트하우스의 남쪽으로는 정문과 연결된 풀밭과 티하우스(tea house)가 앞뜰 처럼 펼쳐져 있고, 게스트하우스의 북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정원이 가꾸어져 있습니다. 이 정원 가운데에는 키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동쪽으로는 자연스러운 나무숲이, 서쪽으로는 잘 가꾸어진 인공정원이 있습니다. 기존에 독립적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던 조경가는 정원의 반은 자연상태로 보존함으로써 의도적인 공간적 대비를 이끌었다고 합니다.

marnas_plan-01Marna’s garden 평면도( 출처 : JoLa, 2011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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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인공적으로 가꾼 정원 (출처 : http://www.movium-sl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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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의 원형을 보존 (출처 : http://www.vulg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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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게스트하우스와 앞 뜰

 

Rausing family court yard : Lund, Design by Per Friberg

룬드 중심가의 한 주거블록 안의 이 중정은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Per Friberg가 Rausing 가족을 위해 만든 중정입니다.  매우 작은 중정이지만 공간을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진입부에는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 딱 맞는 크기의 입구를 나무와 풀로 구성해 입구의 느낌을 강조하고, 정원 입구를  지나면 진입방향으로 긴 분수가 나옵니다. 제가 갔을때는 아쉽게도 물은 없었고 자갈만 분수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분수 오른쪽으로는 작은 공간과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앉을수 있고, 분수 오른쪽은 사람 무릎정도 되는 키 작은 풀 숲 정원이 있습니다. 재미있는것은 이 중정 끝에 거울이 달려 있다는 것 입니다. 아마 작은 정원을 커보이게 하려고 설치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작은 정원이 시각적으로 답답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낮은 담장의 높이 때문입니다. 담장은 정원과 마주하고 있는 집의 창문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서 이웃집의 입면이 이 정원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동양 정원에서 흔히 쓰는 ‘차경’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반대로 이웃집에서도 이 정원을 감상할 수 있으니 1석2조 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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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정원끝부분을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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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끝에 설치된 거울

_MG_0624 copy 개인정원이지만 이웃들도 감상할 수 있다

Villa Böckman house and farm : Dalby, Design by Per Friberg

Lund에서 차를 타고 약 45분떨어진 곳에 Dalby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 외곽에 Per Friberg가 Böckman이라는 친구인 한 화가를 위해 지어준 집과 정원이 있습니다. 이 집은 지붕의 경사가 땅의 경사와 같은 각도로 설계되어, 멀리서 보았을때 경사지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 입니다. 길 머리부터 이 집의 정문까지는 경사로를 따라 약 2미터 높이의 나무와, 일본식 가옥에서 볼 수 있는 수로가 집 입구까지 안내합니다. 집 내부는 기존의 유럽식 주택과 사뭇 다릅니다. 나무 기둥 간격, 차양, 디테일이 일본이나 중국식 목조주택을 떠올리게 합니다. 집주인을 얘기를 들으니 건축가가 집을 설계할때 일본식 목조주택을 많이 참고 했다고 합니다. 이 집의 백미는 안뜰 입니다. 언덕 윗부분을 보고 있는 이 집의 정원은 언덕을 따라 계단식 화단을 만들어 지형과 함께 정원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여기에 앉아 차를 한잔 하니 꽃으로 된 극장을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인 든 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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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öckman house항공사진(Hitta.se)

plan-01 Böckman house배치도 (출처: <The connection between inside and out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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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로부터 집 대문에 이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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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 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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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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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öckman house 내부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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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 모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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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 모습 2

 

Kingo house :  Helsingør, Design by Jorn Utzøn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로 유명한 요른 웃존(Jorn Utzøn)의 주 활동무대는 덴마크 코펜하겐 부근과 스웨덴남부 스코네 지방입니다.  덴마크 사람이지만 룬드, 헬싱보리등에도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 중 지형과 아주 잘 어울리는 주거단지를 덴마크 Helsingør에 지었는데 Kingo house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주거단지의 집들은 모두 같은 평면과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15m*15m 유닛으로 한쪽은 거실 다른 한쪽은 침실 그리고 각각 중정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건축에 비교해 볼때 다소 일반적이고 단조로운 형태이지만 이 주거지의 매력은 각각 단일 건물이 아닌 집합의 형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약 60여 채의 집이 지형위에 유기적으로 배치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멋지지만 바닷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 주변 길과의 관계, 지형 3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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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o house 항공사진(출처 : maps.bing.com)IMG_3617

Kingo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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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ngo house  지형에 앉은 모습

한 때 조경을 수목관리나 삼림학 정도로 생각하고 시시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조경에 관련된 수업을 들어보니 살아있는 식물로 공간을 만든다는것이 건설 재료로 공간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땅의 역사, 지형에 건물을 얹는 다양한 방법 역시 조경에서 다루어 진다는 것에 과거에 가졌던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수업에서 조경가나 건축가들이 가진 생각, 이론적 배경 평면이나 단면을 공부하고 다음날 그 장소들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교과서의 사진이나 평면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공간적 감흥을 실제로 체험해 본다는 것은 학생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는데 큰 동기가 되었던 것 중 하나가 십여년전 여행한 중국 여강(Lijiang, 丽江)과 대리(Dali, 大理)에서의 감흥입니다. 당시 저는 전혀 공간적 전문지식이 없었지만, 보행중심의 도시, 옛 건축물에 사람이 살고 있는 모습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때까지 제가 겪은 도시는 자동차 중심, 옛 건물은 입장료를 내는 곳에나 가면 볼 수있는 박제된 유물 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번 글에 소개된 몇 정원 및 집들은 유명한 건축가나 조경가의 작품이지만 스웨덴 일반 가정집의 조경수준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아마도 잘 가꾸어진 공원 및 공공공간을 주변에서 흔히 만날수 있었기에 시민들의 감각도 훌륭하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참고문헌

Udo Weilacher, <Between landscape architecture and land art>, 1995

Relate Ziegler, <The connection between inside and outside>, 2006

http://www.vulgare.net

 

2013. 08. 12

김영일 /  youngisnotill.kim@gmail.com

 Lund University : School of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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