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holm_the_city_for_everyone02-01

Nordic Days #4 모두를 위한 디자인

북유럽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몇몇 인물들과 회사들이 있습니다. 먼저 덴마크의 ‘비야케 잉겔스(BIG로도 불리웁니다)’가 회자되고, 두번째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디자인한 ‘요른 웃존’이 있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핀란드 국민적 영웅인 알바 알토와 그의 아내 아이노 마르시아가 만든 가구회사 ‘아르텍(Artek)’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탄생한 덴마크와 핀란드에 비해, 스웨덴에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디자이너가 없습니다. 대신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IKEA)’는 디자인에 식견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들어 봤을 법한 이름입니다. 스타 디자이너가 제작한 가구, 건축은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서 디자인에 각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는 인물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생활에서 접하는 생활 용품을 파는곳, 그것도 아주 저렴하다면 누구나 쉽게 기억하겠지요. 북유럽 디자인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차이가 있는데, 스웨덴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케아 입니다. 이케아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은 소비자도 분리된 가구 부품을 구입해 집에서 직접 조립하는 형태입니다. 게다가 가격도 아주 저렴해 학생가구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가격이 언제나 정비례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가 가구이지만 디자인은 아주 세심합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인 아이디어와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견고한 디테일이 이케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결입니다. 고가의 소재가 아니더라도 실용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케아의 철학 인데요, 한마디로 이케아 디자인의 핵심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 입니다.  이케아로 말문을 열었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케아는 아닙니다. 도시나 건축에 숨어있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입니다.

 

보편적복지의 물리적 실현

1960년대 말, 스웨덴은 장상화이론*1)*을 복지정책의 핵심으로 채택하면서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이 누리는 보편적 사회환경을 제공하고있습니다. 예를들면 한국은 농아학교, 특수학급등으로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반면, 스웨덴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학교, 학급에 배정 받습니다. 학교는 물론 대부분의 건물은 턱이 없도록 설계되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끈 사람이 쉽게 접근할수 있습니다. 또한 거의 모든 건물에는 ‘문열림’ 버튼이 있는데 휠체어를 탄 사람 손 높에에 있어 혼자서도 관공서등 대형 정문을 통과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장애인이 스스로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가능케하고 반대로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장애인구중 노동가능한 인구의 취업률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장애 가구의 소득수준도 비장애인 대비 97%로 (한국 52%) 소득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 : 2007 OECD통계연보)

 

보편적 복지의 물리적 실현은 아파트단지에서도 찾아볼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일반아파트에 사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와 임대아파트에 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게 하려고 임대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사이에 철조망을 설치했다는 가슴아픈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많은 한국의 계획가나 건축가들이 소셜믹스를 실현하려고 하지만 성공한 사례를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반면 스웨덴은 소셜믹스가 성공적인 나라로 꼽힙니다. 왜 그럴까요? 스웨덴에서 소셜믹스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주거 유형을 섞어 놓는 물리적 혼합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셜믹스를 뒷바침하기 위한 보편적 복지정책(사회 시스템)이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건축가와  정책입안자들은 ‘보편적 복지 없이는 소셜믹스도 없다’는 말에 동의 합니다. 집 밖만 나서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고소득자와 저 소득자가 차별없이 누릴수 있는 동질의 도시환경은 차별에 엄격한 시민의식을 길러온 것입니다.

open_button어디에나 설치되어 있는 장애인용 문열림 버튼

 

휠체어와 유모차를 위한 보행환경

무심코 지나가기 쉽지만 휠체어나 유모차를 끄는 사람을 위한 작은 디자인들이 스웨덴 보행환경에 녹아 있습니다.  스웨덴의 배수로는 아주 얕고 둥글게 되어있습니다. 휠체어 바퀴가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1998년부터 스톡홀름시는 ‘Stockholm-En stad för alla’(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이름의 도시 환경 정비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야외 활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도심의 배수로를 교체 해오고 있습니다. 유럽의 많은 구도심의 보행가로는 작은 돌들로 마감이 되어있어 여행자들이 바퀴달린 여행가방을 끌고 길을 걷다보면 가방이 심하게 덜덜거리는 경혐을 종종 합니다.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타고 구도심 거리를 이동한다면 곤혹스러울 것 입니다. 그런데 스웨덴 대부분의 보행가로는 작은 돌로된 페이빙(포장) 사이에 매끈한 재질의 패이빙이 중간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은 위한 패이빙인 것입니다. 노약자를 위한 디자인은 버스정류장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 버스 정류장의 연석이 16cm로 되어있어 휠체어가 쉽게 버스에 오르도록 한 것입니다.

paving_1휠체어, 유모차를 위한 패이빙

round trench-01둥글게 처리한 배수로 

bus-01 copy   

휠체어 사용자 혼자서 쉽게 오를수 있게 연석의 높이 를 16cm로 함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 언어적 표현- 각종안내도와 픽토그램

UN 협약에 의하면 정보의 동등한 접근성과 이해하기 쉬운 정보 역시 복지의 핵심 요소 입니다. 스웨덴에서는 누구나 건물의 이동통로,  대피로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픽토그램, 건물 안내도,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건물 층별 안내도나 배치도는 건축적 지식이 없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시민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입니다.

sign01(좌) 스톡홀름 BÅTMANSTORPET 공원 안내도 (우) 말모시 TRIANGELN역사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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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말모시 시립도서관 층별 동선안내도 (우)공공화장실 이용안내 픽토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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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모시 중앙역 역사 안내도와 시각장애인용 범례도
 

아름다움 보다 안전이 먼저다- 공원디자인

도시민의 여가와 쉼터가 되는 공원에서도 노약자를 위한 디자인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해 공원이나 보행도로에 ‘간접조명(광원을 숨기고 반사된 빛으로 주변을 은은히 밝히는 방법)’을 종종 사용하는데, 스웨덴의 공원이나 보행로에는 ‘직접조명’만 사용하도록 규정 되어 있습니다. 물론 간접조명 같은 은은한 멋은 없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아름다움에 앞서 ‘안전’이라는 가치가 우선하는 듯 합니다. 직접 조명은 그림자를 명확히 보이게 하고 이로서 보행자로 하여금 도로나 공원의 지형을 명확하게 읽히게 하려는 게 목적 입니다. 직접조명을 씀으로서 바닥의 재질, 돌의 모가난 부분을 분명하게 보이게 해서 야간에도 노약자나 보행자의 보행 안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톡홀름의 Södra stadsparken은 몇 해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했습니다. 리노베이션 대상 중 하나가 공원 벤치 인데요, 벤치를 둘러싼 안내석이 흰색으로 되어있습니다. 또 벤치 주변의 페이빙은 보행도로와 구분되는 재질을 사용함으로써, 먼 곳에서도 벤치의 위치가 확연히 눈에 띄어 시력이 안 좋은 사람도 벤치의 위치를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park

(좌)야간에도 지형지물을 정확히 인지하게 하는 직접조명 (우) 벤치 위치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Södra stadsparken 

 

우리나라도 이제 수치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복지는 임금이 백성에게 베푸는 것이 아닌, 부모가 자식을 보살피는 마음 인것 같습니다. 가족의 개념을 국가로 확대해 본다면 보편적 복지를 선택함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선별적 복지에서는 복지서비스를 받는 대상이 마음의 상처와 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스웨덴 사람들은 ‘내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고 말합니다. 그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평등의 가치가 존중받고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시 되는 문화가 스웨덴 사회입니다. 그러한 가치가 실현된 차별없는 환경에서 차별에 엄격한 시민이 길러지고, 그 시민이 다시 차별없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선 순환고리가 이 나라의 가장 큰 매력인것 같습니다. 결국 보편적 복지라는 키워드와 도시 디자인이 독립적인것이 아니라 서로를 서포팅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 저의 스웨덴 생활중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합니다.

 

참고자료 : Stockholm : Twelve years of the Project of Easy Access, 2010

 

 

2013. 08. 26

김영일 /  youngisnotill.kim@gmail.com

 Lund University : School of Architecture

 

1)정상화이론 : 한편 장애개념의 변화, 탈시설화, 자립생활의 이념 확산, 장애인 인권의식 제고 등 장애인복지를 둘러싼 환경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즉 장애인복지의 패러다임이 의학적 모델(medical model)에서 사회적 모델(social model)로 전환 추세에 있으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생활환경, 생활패턴, 생활형태와 리듬이 존중되어야한다는 정상화 이론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정하고, 자신의 삶의 전부를 관리하는 일로서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들이 영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자립생활 이념이 확산되고 있다. 장애인복지사업 [障碍人福祉事業]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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