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_02_서북쪽 전망

[국내] 전주, 영화의 거리 #3

망중한  : 영화의 거리 속 비밀의 화원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동안 프로그램팀의 주요 업무는 GV 행사를 운영하는 일이다. GV는 ‘Guest Visit’의 약자로 감독이나 프로듀서, 배우 등의 게스트가 영화 상영 후 극장으로 방문해 관객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를 말하며 ‘관객과의 대화’ 라고도 불린다. GV는 영화 관련 게스트, 그리고 게스트와 관객 사이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모더레이터, 마지막으로 통역가의 3쌍이 짝을 이뤄 참석하는데, 프로그램팀 담당자는 게스트와 모더레이터, 통역가와 사전에 연락을 취해 만날 약속을 정하고 동시에 상영관 매니저와 협의하여 GV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총 120회에 달하는 GV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팀의 각 담당자들은 하루에 많게는 5회까지 GV를 배정받아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연락을 돌리고 상영관을 오가며 바쁘게 행사를 진행시킨다.

#1 JIFF 라운지에서 진행된 ‘폭스파이어’ GV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gv_폭스파이어

#2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디지털삼인삼색2013′ GV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gv_디지털삼인삼색

그런데 일정 시간 동안 상영을 하는 영화의 특성상 각 GV 행사 사이사이에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곤 했다. 그 여유시간이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라면 근처 식당에서 재빨리 식사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극장 안에서 다음 일정을 체크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극장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공간이 있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메가박스의 비밀공간은 바로 7층 비상계단이다. 스텝이나 자원봉사자들은 눈에 띄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는 곳에서는 자유롭게 먹거나 쉬기가 쉽지 않은데 이 비상계단은 그러한 눈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좋은 피난처다. 영화제 기간 중 나와보면 김밥으로 식사를 떼우고 있거나 과자나 음료수 등 간식을 먹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어서 메가박스가 높은 건물에 속하는 편인데, 그런 메가박스의 꼭대기층인 7층에서 비상계단으로 나가면 서북쪽 방향이 탁 트여 파란 하늘이 쫙 펼쳐지는게 가슴이 확 트인다. 영화의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도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전지적 작가라도 된냥 우쭐해 지기도 한다. 비상계단을 통해서 옥상으로 올라가면 동쪽도 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옥마을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한옥마을이 보였다면 참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메가박스 7층비상계단과 입구

메가박스_01_비상계단

#4 메가박스 서북쪽의 탁 트인 하늘

메가박스_02_서북쪽 전망

#5 영화의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

메가박스_03_영화의 거리

디지털독립영화관의 비밀공간은 바로 옥상이다. 아무래도 여행자나 관객이 아니라 스텝으로 일하는 중이다보니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벗어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이 큰가 보다.

디지털독립영화관 옥상에는 벽이 높게 쳐져 있어서 메가박스처럼 탁 트인느낌이 없고 멀리 풍경을 바라볼 수도 없으나, 오히려 이 작은 옥상 안이 온 세상인냥 평온하게 느껴져서 휴식을 취하기에 더욱 안성맞춤이다. 때마침 4월 말 옥상에는 봄기운을 가득 담은 각양각색 빛깔의 철쭉이 가득 피어있어 더욱 행복한 기분에 젖곤 했다.

또 디지털독립영화관 옥상 입구 맞은편에는 영사실이 있는데, 이 영사실 문의 종종 열려있는 경우가 있어 영사실 안을 몰래 훔쳐보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아마도 살면서 영사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여기 아니면 쉽게 없으리라.

#6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전디독_01

#7 디지털독립영화관 4층, 그리고 옥상 및 영사실 입구

전디독_02

#8 잠깐의 평온한 휴식처:디지털독립영화관 옥상

전디독_03

마지막으로 CGV에는 극장 내부의 비밀 공간은 따로 없지만 극장에서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셋팅되어 있는 지프스페이스에 갈 수 있다. 역시나 관객이나 여행자가 아니므로 지프스페이스 내 의자에 자유롭게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바로 지프스페이스 한쪽에 자리잡은 카프카 전시관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카프카 탄생 130주년을 맞아 카프카특별전을 준비하였는데, 영화 프로그램으로만 준비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따로 전시공간을 마련하여 관객들에게 카프카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카프카 전시관은 작은 컨테이너 두개의 공간 안에 체코대사관과 체코문화원으로부터 지원받은 카프카의 생애를 보여주는 패널과 도서출판 문학동네에서 지원한 카프카의 <변신> 스토리 액자를 전시했다. 그리고 구석에서는 <프란츠 카프카> 단편영화를 반복 상영해 카프카 전시관을 찾은 관객들이 카프카의 느낌을 좀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9 JIFF 스페이스 중앙의 ‘카프카 전시관’

지프스페이스_가운데 카프카전시관

#10 ‘카프카 전시관’ 입구

지프스페이스_카프카전시관 외부

#11 ‘카프카 전시관’ 내부

카프카전시관_내부

그런데 영화제에서는 좀 더 동적인 이벤트를 바라는 마음인 것일까 아니면 카프카가 주는 불편함 때문일까. 카프카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진 않는 것 같았다. 단편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의자도 항상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리하여 그 의자는 내 차지가 되었다. 아주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면서 동시에 카프카와 마주하는 곳, 그곳은 영화제 공간의 한가운데 이면서 최고의 휴식공간 되어버린 나에게는 태풍의 눈 같은 곳이었다.

관객으로 또 여행자로 전주를 찾을 때는 한번도 가보고자 하지도 않았던 곳들이, 입장이 바뀜에 따라 의미가 생기고 새롭게 탄생한다. 한번 그 의미를 갖게 된 공간은 영원의 생명을 갖는다. 앞으로 다시 전주를 찾게 되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린 이 비밀의 화원들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디지 않을까 싶다.

2013. 08. 20

김윤경 /  hen_keai@naver.com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Program Coord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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