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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이 분리되는 공간, 마장동 #1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매해 각 지역을 선정해 생활문화자료조사를 한다.

박물관에서 하는 일이니 어떤 지역을 홍보한다기보다는 현재와 과거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성격이 강하다.

연구소에서 조사하게 된 곳은 성동구에 위치한 마장동 축산물시장이다.

6개월여 동안의 연구는 이제 책으로 나올테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데다 정제된 결과물이니, 의견이 달라, 자료가 미비해서, 너무 개인적인 느낌이라 쓰지 못했던 것들을 이야기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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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장동 프로젝트의 결과물 (서울역사박물관. 2013)

 

 

#1 첫인상

마장동에 축산물시장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때 근처에서 십년 가까이 생활을 했었으니 어쩌면 당연히 가봤어야 하는 곳이었지만,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인데다가 소와 돼지가 해체되고 판매하는 곳을 6개월동안 조사해야한다니,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도 도축하는 시설은 이미 없어졌고, 현재는 소와 돼지를 해체해 팔기만 한다.

아직도 마장동 축산물시장으로 들어가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한 것을 보면 꽤 충격적이긴 했던 모양이다.

제일 먼저 보고 놀란 것은 바닥에 있는 피였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군데군데 피가 있었다.

이게 정말 소, 돼지 피가 맞나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와서는 실없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만큼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대한 거부감이 컸었다.

하지만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은 시각적인 불편함보다 몸 속 깊숙히 들어오는 고기 냄새였다.

처음 한시간 정도는 괜찮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바닥에 흥건한 피들과 고기 지방들이 곳곳에서 썪어가면서 풍기는 냄새는 뭐라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6월의 중순이었으니 무덥던 공기에 지방이 섞여 온몸 구석구석에 달라붙는 듯했다.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시장을 곳곳이 둘러보고 협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시장 가운데 위치한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어야했다.

이후에도 시장의 냄새는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았다.

날씨가 계속 더워져가면서 냄새는 더 심해졌고, 가끔 시장을 걷다 소머리를 해체하거나 더러운 곳에서 내장 씻는 모습을 보면 헛구역질이 저절로 올라오곤 했다.

6개월여를 돌아다니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게 됐지만, 당시로서는 꽤 힘든 경험이었다.

더군다나 시장 사람들에게 혹시나 밉보일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면서 다녀야했다.

충격적인 첫인상에 비해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모습은 여느 재래시장과 다르지 않다.

캐노피라 부르는 지붕이 씌어져 있고 물건들이 매대에 놓여지 있는 모습은 어느 동네의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는 모습이다.

시장의 위치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왕십리역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마장역에서 걸어서 5분거리이다.

게다가 청계천이 복개되고 나서는 시장 분위기도 많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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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장동 시장의 모습 (북문에서 남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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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장동 가게의 모습 (전면에 쇼케이스를 두고 뒤로 작업장이 있다. 작업장의 뒤로는 냉장창고가 위치한다.)

 

 

#2 시장의 모습

마장동 축산물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로 가는 것이 아무래도 편리하지만 지하철 역에서 시장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다.

큰 길(마장로)의 북동쪽으로 올라가다 청계천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있고, 서쪽으로 가다 철길(중앙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있다.

청계천은 시장의 북쪽으로 흘러가고, 중앙선은 시장 중앙을 가로질러 청량리와 왕십리를 이으니 도로 외에도 시장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두 선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길들은 빙 둘러가는 것이고 마장초등학교와 중학교 방향으로 길을 가면 학교를 지나자마자 시장이 나온다.

그 곳이 시장의 남문이고, 청계천과 만나는 곳은 시장의 북문이다.

시장의 동쪽으로는 마장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으니 동문은 없고, 서문이 있어 시장은 T자 형태로 형성되어있다.

서문은 시장의 실질적인 정문 역할을 하며,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서문을 통해 들어온다.

제기동과 왕십리를 잇는 고산자로의 통행량이 많고 서문이 고산자로를 향해 번듯하게 나 있으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오다가다 많이 보고 알려진 까닭이다.

그래서 서문을 중심으로 소매를 하는 가게들이 집중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북문과 남문 근처는 도매를 하는 곳들이 많다.

서문에서 T자형의 교차점까지 이르는 길은 북문에서 남문에 이르는 길보다 훨씬 길다.

또 중간 즈음에서 철길이 지나가기 때문에 굴다리라 부르는 반지하의 통로를 지나야한다.

철길을 따라 좌우로 길이 형성되어 있어 굴다리는 6개의 길들이 교차하는 곳이고 자연스럽게 차와 오토바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교통의 결절점이 되었다.

시장의 중간 마디인 셈이다.

T자형 길 위에는 주황색의 지붕이 씌워져 있어 뚜렷한 영역성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마장동 축산물시장이 이곳이고, 공공으로부터 재래시장으로 인정받은 지역이다.

하지만 넓게 보면 마장동 축산물 시장은 서쪽으로 고산자로를 지나서 시설관리공단이 있는 곳까지, 동쪽으로는 마장역 부근까지, 남쪽으로는 마장로까지 이른다.

인근에 위치한 한양대학교와 그 영역의 크기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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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장동 시장의 굴다리. 교통의 결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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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장동 시장의 입구인 서문

 

 

글, 사진. 정호균

2014년 2월 3일

 

정호균

통의도시연구소 연구원

aliceinwl@empal.com

 

 

본 글은 글쓴이의 개인적 의견으로 통의도시연구소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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