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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이 분리되는 공간, 마장동 #3

‘한우’하면 생각나는 광고가 있다.

2010년 하반기 이효리가 “한우먹고 힘내세요”, “천하무적 한우” 등의 카피로 방영된 한우 홍보광고다.

당시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셀러브리티’가 한우광고를 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홍보효과가 꽤 컸었다.

관련된 논란도 많았는데, 머리를 노랗게 염색을 해서 수입 쇠고기를 광고하는 것같으니 바꿔야 한다는 반응과 표절시비가 있는 가수가 어떻게 한우광고를 할 수 있냐는 반응도 있었다.

모두 국정감사에서 나온 국회의원의 지적이다.

또 기존 연예인이 받던 금액보다 파격적인 3억3천만원의 출연료를 받은 것도 화제였다.

(2008년 김상경, 2009년 최불암, 2010년 이효리, 2011년 최수종․하희라, 2012년 김선아, 2013년 이승기, 2009년의 최불암은 9천여만원을 받았다.)

그런게 말이 많던 이효리 한우홍보대사는 6개월의 짧은 홍보를 마치자마자 채식을 선언해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뜬금없이 한우 홍보대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마장동의 허름한 식당에서 겪은 일때문이다.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분위기를 볼겸 마장동에 갔다가 상인들이 가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마장동에 갔으니 자연스레 고기를 먹게 됐고, 한우를 먹기로 했다.

마침 원로상인들이 직접 고기를 사와 구워먹었는데, 그 고기가 호주산 수입쇠고기였다.

몇마디가 오가다 고기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료먹은 고기보다 풀먹은 고기가 낫지않겠냐라는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 상황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것은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고기가 한우, 그 중에서도 가장 최상등급인 1++, 일명 투뿔이기 때문이다.

싸고 믿을 수 있는 최상등급 한우는 사람들이 마장동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몇십년 고기를 팔아온 상인들이 먹는 고기가 수입산이라니.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작 한우를 잘 모른다. 한우가 좋다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이미지는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되었다.

농축산물 개방에 직면하게 된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꼈다.

축산업계에서는 쇠고기가 큰 걱정이었는데 돼지고기는 수요도 많은데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지만, 쇠고기는 품질은 둘째치고 가격으로 상대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한우’와 ‘한돈’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사람들에게 주입되기 시작했다.

또 ‘신토불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우리의 것이 아닌 타국의 것을 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이야기되었다.

이 단어 몇마디가 큰 효과를 거둔 까닭 중 하나는 한국사람들에게 쇠고기는 그냥 고기가 아닌 몸을 보신하는 약과 같았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한우 광고는 이미지에 기대고 있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연예인들이 나와 좋은 고기, 건강한 고기, 우리의 고기 등 추상적이고 선정적인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왜 좋은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맛있는 쇠고기는 마블링이 좋아야 하는데, 마블링은 지방 덩어리로 사실 건강에는 그리 좋지 못하다.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도록 한우는 지방이 많도록 개량되어왔고, 외국 소와 달리 한우는 좀더 오래 키워 살이 찐 상태에서 도축을 한다.

사람으로 치면 나이가 들어 성인병에 걸리도록 키우는 것이다.

쇠고기 등급제도 여기에 일조한다.

쇠고기는 1++, 1+, 1, 2, 3, 등외의 6개 육질등급으로 나뉘는데 그 기준이 보기좋은 마블링, 다시 말하면 지방질의 함량이다.

소가 어떻게 자랐는지, 무엇을 먹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지방질로만 결정된다.

이런 까닭에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을 먹고 자란 한우를 드세요”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풀을 먹고 야외에서 뛰놀던 소의 고기는 ‘질기기’ 때문이다.

 

 

글. 정호균

2014년 3월 20일

 

정호균

통의도시연구소 연구원

aliceinwl@empal.com

 

 

본 글은 글쓴이의 개인적 의견으로 통의도시연구소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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